고은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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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양희 詩모음
  글쓴이 : 샤인뷰티     날짜 : 13-04-22 14:23     조회 : 5928       
천양희 시 모음  문정희천양희김명인장석남김용택 /
2011/07/05 19:07



1942년 부산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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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날아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 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니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참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만이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가난

 
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 입니다
가난 때문에 불행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까뮈도 말했습니다
 


숨은 꽃

 
다른 꽃밭을 꿈꾸며 어떤 꽃들은 둥근 꽃씨를 옮겼을 것입니다.
세상의 구석까지 꽃말을 전하고 꽃소식을 뿌렸을 것입니다.

꽃에게도 꽃의 마음이 있다는 것일까요.
늦은 꽃망울들 다투어 필 때, 우리는
무슨 속셈이 있어 꽃길을 따라간 건 아니었습니다.

제 속을 열고 웃고 있는 꽃잎들과 잎 속의 푸른 무늬들,
꽃술의 의미들. 꽃들은 왜 모두 다른 색깔을 가졌는지 꽃들은 왜 피고지고 또 피는지 꽃잎 뜯어 꽃점을 치며 꽃같이 붉은 사랑 기다렸으나 봄길은 너무 짧고 저녁은 일찍 저물었습니다. 노고초 몇포기 종일 고개 숙일 때 무명초도 애써 제 이름 적지 않습니다. 우주를 물들이는 한 꽃송이. 잎새마다 꽃등을 달고 찰랑댑니다.

꽃물결 꽃사태 꽃사태 꽃천지 속 꽃가마 타고 꽃구경이나 가고 말겠습니다. 꽃의 몸으로 환생하고 말겠습니다. 꽃이라고 다

꽃답게 꽃피우는 건 아닐 것입니다. 숨어서 피는 꽃 있다면 그 꽃 속은 더 환할 것입니다. 비밀의 꽃장이란 얼마나 넘기고 싶은

페이지입니까. 지금 누가 그걸 읽는 중일까요. 누가 그를 어디에다 숨긴 것일까요.

 
 
-시집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한계
 


한밤중에 혼자
깨어 있으면
세상의
온도가 내려간다.

간간이
늑골 사이로
추위가 몰려 온다.

등산도 하지 않고
땀 한 번 안 흘리고
내 속에서 마주치는
한계령 바람소리.

 

파지(破紙)

 

 

그 옛날 추사(秋史)는

불광(佛光)이라는 두 글자를 쓰기 위해

버린 파지가 벽장에 가득했다는데

시(詩) 한 자 쓰기 위해

파지 몇 장 겨우 버리면서

힘들어 못 쓰겠다고 증얼거린다

파지를 버릴 때마다

찢어지는 건 가슴이다

찢긴 오기가

버려진 파지를 버티게 한다

파지의 폐허를 나는 난민처럼 지나왔다

고지에 오르듯 원고지에 매달리다

다 불어 버려
갈 곳이 없다.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한다.
언 몸 그대로 눈보라 속에 놓인다.


어느 땐  파지를 팔지로 잘못 읽는다

파지는 나날이 내게서 멀어져간다

내 손은 시마(詩魔)를 잡기보다

시류와 쉽게 손잡는 것을 아닐까

파지의 늪을 헤매다가

기진맥진하면 걸어나온다

 

누구도 저 길 돌아가지 못하리라

 

 

그의 말

 

 

산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숲을 말하고

숲에 대헤 물어보면

먼저 새를 말하고

새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울음에 대해 말하고

울음에 대해 물어보면

먼저 물에 대해 말하고

물에 대해 말하다보면

어느새

산 아래 내려와 있을 것이다

 

내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나머지는 눈부시게 피어나는

저 나무들에게 들으시기 바란다*

 

*법정 스님의 말에서


 

 

 






나의 라이벌

 

 사는 것이 더 어렵다고 시인은 말하고
  산 사람이 더 무섭다고 염장이는 말하네
  어렵고 무서운 건 살 때 뿐이지
  딱 일주일만 헤엄치고 진흙속에 박혀
  죽은 듯이 사는 폐어肺漁처럼
  죽을 듯 사는 삶도 있을 것이네
 
  세상을 죽으라 따라다녔으나
  세상은 내게
  무릎 꿇어야 보이는 작은 꽃 하나 심어주지 않았네
  인생이 별거야 하나의 룸펜이지 누구는 말하지만
  나는 어둠의 한복판처럼 어두워져
  생활을 받들 듯
  고통을 씀으로써 나를 속죄했네
 
  아무도 사는 법 가르쳐주지 않는데
  누구든 살면서 지나가네
  삶은 무엇보다 나의 라이벌, 나를 쏘는 벌


 

 입

 

  환각거미는 입에다 제 알집을 물고 다닌다는데

  시크리드 물고기는 입에다 제 새끼를 미소처럼 머금고 있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업을 저지르네

 


  말이 망치가 되어 뒤통수를 칠 때 무심한

  한마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때 입은

  얼마나 무서운 구멍인가

 


  흰띠거품벌레는 입에다 울음을 삼킨다는데

  황새는 입에 울대가 없어 울지도 못한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비명을 내지르네

 


  입이 철문이 되어 침묵할 때 나도

  모르는 것을 나도 모르게 고백할 때 입은

  얼마나 끔찍한 소용돌이인가

 


  때로 말이 화근이라는 걸 일러주는 입

 


  입에다 말을 새끼처럼 머금고 싶네

  말없이 말도 없이

 

 

월간 『현대문학』2010년 1월호


   

 



말굽소리 사라지고 남은 들길을

옮겨가고 있다

고삐도 없이 안장도 없이

세월 위에 무엇을 얹으려는 듯

오래전 나를 비켜간 풍경을 지우고

말없는 들에 손을 얹어본다

그까짓 잡풀 같은 거 들풀 같은 거

확 잡아채 멀리 던진다

들판이 아니었으면 바람의 내력을 풀지 못했으리

바람이 내게 풍물(風物)하나를 가르치고 갔다

눈앞에 수락야산 동쪽벼랑,

어디가 조금 평평해진 것도 같다

말들은 도무지 정상을 모른다

모서리도 벼랑도 없는 들길에 서서

제 키를 낮춘 나무를 본다

저 나무는

평생 누워있던 들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벌떡 일어선 게 아닐까

일어서서 중심을 고집한 게 아닐까

 

 어처구니가 산다

 

나 먹자고 쌀을 씻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꽃 다 지니까

세상의 삼고(三苦)가

그야말로 시들시들합니다

 

나 살자고 못할 짓 했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잘못 다 뉘우치니까

세상의 삼독(三毒)이

그야말로 욱신욱신합니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욕심 다 버리니까

세상의 삼충(三蟲)이

그야말로 우글우글합니다

 

오늘밤

전갈자리별 하늘에

여름이 왔음을 알립니다

 



성(聖) 고독

 

 고독이 날마다 나를 찾아온다

내가 그토록 고독을 사랑하사고(苦)와 독(毒)을 밥처럼 먹고

옷처럼 입었더니

어느덧 독고인이 되었다

고독에 몸바쳐

예순여섯 번 허물이 된 내게

허전한 허공에다 낮술 마시게 하고

길게 자기 고백하는 뱃고동 소리 들려주네

때때로 나는

고동 소리를 고통 소리로 잘못 읽는다

모든 것은 손을 타면 닳게 마련인데

고독만은 그렇지가 않다 영구불변이다

세상에 좋은 고통은 없고

나쁜 고독도 없는 것인지

나는 지금 공사 중인데

고독은 자기 온몸으로 성전이 된다

 

마음의 달 /천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 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오래된 나무



소나무들이
성자처럼 서 있다
어떤 것들은 생각하는 것같이
턱을 괴고 있다

몸속에 숨긴
얼음 세포들

나무는 대체로 정신적이다
고고高高하고 고고固固한 것
아버지가 저랬을 것이다

오래된 나무는 모두 무우수無憂樹 같다

아버지 가고
나는 벌써
귀가 순해졌다

바람 몰아쳐도
크게 흔들리지 않겠다

 

 

직소포에 들다


폭포 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올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淨土!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水宮을.

폭포 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 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 소리 같은- 바위들이 몰래 흔들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絶唱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흑포



선술집 붉은 등 꺼질 듯 목이 잠겨 껌벅거리고
방파제 아래 파도기 종일 흑흑거린다
수없이 바뀐 뱃길 탓인지,사람 탓인지
포구 쪽으로 굽은 길이 마을까지 닿는다
누구도 저 길 돌아가지 못하리라
지금은 물소리만 깊어지는 시간
어디서 개 짖는 소리 들려와
개 같은 인생, 개 같이 울고싶은 저녁이 있다
누가 저 세상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일까
꽃밭을 맴돌면서 꽃은 또 피고 싶은 곳이
따로 있다는 것일까
돌아보면 하루를 이 곳에 다 옮겼다
봉선꽃집 지나 눈물꽃집 지나 ...... 꽃에도 상처가......
상처가 곧 꽃이니
온 동네에 퍼지는 지독한 화색
그 속으로 어슬렁거리는 구름떼
내일은 비가 오려는지
하늘 한쪽이 완전히 검다





물에게 길을 묻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물 속에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물 속에서 물만 먹고 살았지요

물 먹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물보라는 길게 물을 뿜어올리고

물결은 출렁대며 소용돌이쳤지요

누가 돌을 던지기라도 하면

파문은 나에게까지 번졌지요

물소리 바뀌고 물살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웅덩이 속 송사리떼를 생각했지요

연어떼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물가의 잡초들을 힐끗 보았지요

눈비에 젖고 바람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생(生)도 물 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물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물 먹고 산다는 것은 물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물 먹고 살수록 삶은 더 파도쳤지요

오늘도 나는 물 속에서 자맥질하지요

물같이 흐르고 싶어, 흘러가고 싶어.


 

몽산포




마음이 늦게 포구에 가 닿는다

언제 내 몸속에 들어와 흔들리는 해송들

바다에 웬 몽산(夢山)이 있냐고 중얼거린다

내가 근처에 머물때는

세상을 가리켜 푸르다 하였으나

기억은 왜 기억만큼 믿을것이 없게하고

꿈은 또 왜 꿈으로만 끝나는가

여기까지 와서 나는 다시 몽롱해진다

생각은 때로 해변의 구석까지 붙잡기도 하고

하류로 가는 길을 지우기도 하지만

살아있어, 깊은 물소리 듣지 못한다면

어떤 생(生)이 저 파도를 밀어가겠는가

헐렁해진 해안선이 나를 당긴다

두근거리며 나는 수평선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부풀었던 돛들 붉은 게들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이제 몽산은 없다. 없으므로

갯벌조차 천천히 발자국을 거둔다

 

 






벽에다 못 하나 박았다. 벽이 울렸다.

박힌 것은 못인데 벽이 다 울렸다.

그 소리 벽을 들어올렸다.

못 하나 받으려고 벽은 버텼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종일 못을 박았다.







벽에서 못 하나 뽑았다. 벽이 울렸다.

뽑힌 것은 못인데 벽이 다 울렸다.

그 소리 마음을 들어올렸다.

못 하나 보내려고 벽은 버텼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종일 못을 뽑았다

 

 

마음의 수수밭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 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 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 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 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 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 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마음에 점찍기




넓은 바다에 도장 찍고

밝은 달에게 도장 찍고

내 마음에도 도장 찍었지만

바람같은 그대에게 도장 찍지 못했네

마음에 점만 찍고

도장 찍지 못했네

나는 바다에게 부끄러워

나는 달에게 부끄러워

點 點 點 부끄러워

나는 어두워졌네

 

 

 

단추를 채우면서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누가 내게 묻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세상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 주저 않고 대답하리

부모, 생명, 사랑이라고

 

 

 


나는 알지요




물먹어본 사람은 알지요

물먹는 일이 얼마나 힘든다는 걸

물같이 살아본 사람은 알지요

물같이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다는 걸

물먹고 살아본 사람은 알지요

물먹고 사는 일이 물같이 사는 일보다 더 힘든다는 걸

물같이 살아본 사람은 알지요

물같이 사는일이 물먹고 사는 일보다 더 힘든다는 걸

물먹고 사는 일이 물같이 사는 일과 다르다는 걸

물같이 사는 일이 물먹고 사는 일과 다르다는 걸




혼자 사는 사람은 알지요

혼자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다는 걸

혼자 사는 일이 둘이 사는 일보다 더 힘든다는 걸

둘이 사는 사람은 알지요

둘이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다는 걸

둘이 사는 일이 혼자 사는 일보다 더 힘든다는 걸

둘이 사는 사람은 알지요

혼자 사는 일이 둘이 사는 일과 다르다는 걸

둘이 사는 일이 혼자 사는 일과 다르다는 걸

물먹어 본 나는 알지요. 물같이 살아본 나는 알지요

혼자 살아본 나는 알지요

 

 


나는 공어(空魚) 




어부들이 속(창자)이 없다고 나에게 붙여준 이름인데

나는 이 이름에 엄청 만족한다오

빌 공(空)자가 얼마나 좋은 거요

공짜하고는 관계가 없소

나는 부지런히 내 속을 비웠소

그래서 나는 속이 없소

속없는 나를 골 빈 놈이라 착각은 마시오

속이 없다고 얼빠진 건 아니오

속없는 내가 나는 좋소

속이 없으니 편하기 그지없소

그래도 바다는 나를 가벼운 놈이라고 나무라지 않소

어부들은 속없는 나를 무척 좋아하오

자기들을 닮았다나, 뭐라나?

세상에, 속 빈 놈이라고 누가 날 비웃는 거요? 모르는 소리 마오

속이 없으니 얼마나 가벼운지 모른다오

무게가 가볍다고 참으로 가벼운 존재는 아니오

속 비우고 사는 내가 나는 대견하오

속없이도 나는 잘 살 수 있소

나는 평생 속없이 살려 하오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땐 슬픔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고은하   13-08-16 21:49
들고 오느라 고생했어요 샤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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