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밤에는, 등(燈) 하나 내걸겠습니다
오늘 밤에는
눈보라가 세상을 쓸어대는 처마 끝에
보랏빛 마음으로 감싼, 등 하나 내걸겠습니다
오래전에 무소식인 내 그리움을 위해
길 잃은 낯선 그리움에게도 높이 걸어놓으렵니다
아마, 내 그리움도 탈진하여 지금쯤은
어느 하늘 처마 밑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 많은 세월
내 그리움이 너무 가엾습니다
이제는 돌아오라 하렵니다
내 안에서 같이 늙어가자 할 겁니다
그리움이라는 것이
성사(成事) 아니 되어도
뻔뻔, 용감하게 돌아오는 매파(媒婆)와는 달리
스스로는
주인이 그리움을 거두어들이기 전에는
형벌 살듯 이니
아, 창문을 두드리며 바람이 급하게 찾는군요
또, 어느 그리움이 쉴 곳을 찾아왔는지
나가 보아야겠습니다
놋화로 당겨 앉아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서러운 세월 녹아지면
이 밤 촉촉이, 눈물이라도 뜨겁게 섞어 보렵니다
09011503. 외담 Ad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