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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할머니의 작은 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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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안개나루
날짜 : 09-01-28 00:43
조회 : 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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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작은 섬/안철수
그 섬에는
죽은 듯 죽지 않은 시간이 바위처럼 누워
하루종일 뜨지 않는 해를 기다린다
밤의 어디쯤에 멈춰 서서 꼼짝도 하지 않는
그 놈 낯짝이 하도 궁금해
오늘은 찾아 나설 양으로
있는 힘을 다해 오그라든 등뼈를 꼼지락거려 본다
아직은 쓸만하다 싶던 등뼈마저도
요 며칠 요란스레 삐거덕거리더니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근 한 세기를 하늘을 떠받치고 살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빈집 서까래같은 갈비뼈 아래
쓸쓸해진 심장이 남은 온기를 다독거린다
살아서는 떠날 수 없는 섬,
아침 하늘에 노을이 걸리는 섬
할머니는
손때 묻은 음력 사월 초파일 달력에
쌍계사 벚꽃 소식이랑
오작교에 비친 광한루 근황을 걸어 두고
기억을 더듬어 하루에도 몇 번씩 꽃구경을 다녀온단다
오랜 침묵의 시간을 거슬러 온 봄소식에
젊은 날의 화사한 것들을
한 올 한 올 뽑아 씨줄 날줄로 엮어
황천에 띄울 둥근 배를 만든다
움푹 패인 우물 속 침침한 눈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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